SK하이닉스 40조원, 삼성전자 15조원 등 두 회사가 46조원가량의 자사주 매입을 남겨둔 상태지만, 자사주 매입은 재무 활동이라 램 생산·공급과는 별개다. 실제 램·그래픽카드 값을 끌어올리는 건 AI 데이터센터 수요로, D램 가격은 기관에 따라 2026년 55%에서 최대 400%까지 상승이 전망된다. 구매 시점은 자사주 뉴스가 아니라 D램 계약가 추이와 서버·소비자용 구분, GPU 감산 여부를 봐야 판단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십조 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인다는 소식에 램이나 그래픽카드 값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답부터 말하면, 자사주 매입은 램값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다만 램값 자체는 지금 분명히 오르고 있고, 그 이유는 자사주와는 다른 곳에 있다. 구매 시점을 재고 있다면 봐야 할 지표가 따로 있다는 뜻이다.

Matheus Bertelli
규모부터 정리하면 이렇다. SK하이닉스는 8월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기로 했다. 국내 상장사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도 8월 24일부터 11월 21일까지 장내에서 15조원어치를 매입한다. 두 회사가 공시한 계획을 그대로 실행하면 아직 46조원가량의 매수 물량이 남아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30조원 현금배당까지 포함해 최대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책을 내놨다. 역시 국내 최대 규모다.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는 외국인 매도세를 떠받치려는 의도와, 실적으로 쌓인 현금을 주주에게 돌려주려는 목적이 함께 있다.
여기서 핵심은 자사주 매입이 무엇을 하는 행위인가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쌓아둔 잉여 현금으로 자기 주식을 되사서 소각하는 재무 활동이다.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목적이지, 반도체를 얼마나 만들지와는 예산도 목적도 다르다.
램의 공급량을 결정하는 건 설비 투자와 생산 라인 배분이다. 어느 라인을 일반 D램에 쓰고 어느 라인을 고부가 제품으로 돌릴지가 가격을 좌우한다. 자사주를 산다고 해서 램을 덜 만드는 것도, 더 만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두 회사가 이만한 현금을 환원할 여력이 생긴 건 메모리가 잘 팔린 결과에 가깝다. 자사주 매입은 호황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인 셈이다.
진짜 변수는 따로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메모리를 빨아들이면서 D램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중이다. 다만 전망치는 기관마다 기준이 달라 폭이 크다.
| 기관 | 대상·기준 | 상승 전망 |
|---|---|---|
| 트렌드포스 | 범용 D램 계약가(26년 1분기) | 전분기 대비 55~60% |
| 씨티 | 평균 D램(2026년) | 88%, 서버용은 144% |
| JP모건 | D램(24년 초~26년 말) | 400% 이상 |
체감되는 숫자도 있다. 64GB DDR5 서버용 모듈 가격은 2025년 3분기 255달러에서 4분기 450달러로 뛰었고, 2026년 3월에는 7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마이크론은 2026년 물량이 이미 매진됐다고 밝혔다. 2026년 D램 생산능력이 전년보다 24%가량 늘어난다지만, 폭증하는 AI 수요를 감당하기엔 부족하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메모리 부족은 그래픽카드로 번진다. 그래픽 전용 메모리(GDDR) 값이 오르는 데다, 엔비디아는 2026년 초 마진이 높은 AI용 GPU에 물량을 몰기 위해 지포스 RTX 50 시리즈 생산을 30~40%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흐름이 겹치면서 2026년 하반기 데스크톱 GPU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거론되는 인상 폭은 20~40% 수준이다.
정리하면 확인할 지점은 이렇다.
방향만 놓고 보면 램과 GPU 모두 당분간 오름세 쪽이다. 그렇다면 꼭 필요한 업그레이드는 가격이 더 뛰기 전에 앞당기는 편이 합리적이다. 반대로 당장 급하지 않다면, 서버발 급등이 소비자 시장에 얼마나 옮겨붙는지 한두 분기 지켜본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