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용 메모리 수요 급증이 반도체 수출을 역대 최대로 끌어올렸지만, 같은 단가 상승이 소비자용 D램·SSD 값과 기기 가격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델·레노버는 노트북 가격 인상을 예고했고, 삼성전자는 갤럭시 S26 출시가를 전작보다 최대 20만 원 넘게 올렸다. 곧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살 계획이라면 무엇이 오르고 어떻게 사야 할지 정리했다.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라는 뉴스는 나라 경제엔 반가운 소식이지만,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새로 사려는 사람에겐 정반대 신호일 수 있다. 관세청 발표에서 8월 초순 수출을 끌어올린 핵심은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과 D램·낸드플래시 단가 상승이었다. 그런데 이 '단가 상승'이라는 네 글자가, 결국 소비자가 사는 기기의 가격표에도 그대로 옮겨 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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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커니즘은 단순하다. AI 데이터센터가 돈을 아끼지 않고 메모리를 대량으로 쓸어 가면서, 일반 PC·스마트폰용으로 돌아올 물량이 줄었다. 공급은 그대로거나 줄었는데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했으니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뉴스 등 보도에 따르면 AI 서버로 메모리가 몰리면서 PC용 D램 가격이 다시 오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상승 폭은 이미 체감할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기준으로 2026년 1분기 램(RAM)은 최대 60%, SSD는 38% 인상이 예고됐고,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DDR4는 약 2.5배, DDR5는 4~5배까지 뛰었다는 집계도 있다. 512GB SSD의 2분기 평균가는 전분기보다 54% 오른 126달러 안팎, 우리 돈 약 19만 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PC 한 대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5년 16%에서 2026년 23%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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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값 상승은 완제품 가격표로 넘어오고 있다. 델은 노트북 가격을 최대 10~15% 인상하겠다고 예고했고, 레노버도 비슷한 수준의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전망은 2026년 PC 완제품 가격이 평균 17% 오를 수 있다고 본다. 즉 "내 노트북값도 오르나"라는 질문의 답은 사실상 "이미 오르고 있다"에 가깝다. 특히 램과 저장공간을 넉넉히 넣은 고사양·대용량 모델일수록 인상 폭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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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800달러급 스마트폰 제조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분기 14%에서 올해 2분기 40%까지 뛰었고, 같은 모델의 D램·낸드 비용은 약 63달러에서 291달러로 4.6배 늘었다. 이 부담은 소비자가로 넘어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6 시리즈 국내 출시가를 저장공간에 따라 전작보다 9만 9,000원에서 20만 9,000원까지 올렸는데, 낸드값 상승 탓에 용량이 큰 모델일수록 인상 폭이 컸다.
정리하면 지금은 부품값이 오르는 국면이고, 상당수 전문가는 이 흐름이 2026년 내내, 길게는 그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당장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이 필요하다면 '더 기다리면 싸질 것'이라는 기대는 접는 편이 안전하다.
대신 지출을 줄일 여지는 사양 선택에 있다. 값이 가장 많이 뛴 부분이 램과 저장공간이므로, 정말 필요한 용량이 아니라면 최상위 대용량 옵션을 무리해서 고를 이유가 줄었다. 클라우드나 외장 저장장치로 용량을 보완하면 본체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반대로 램·SSD 증설이 자유로운 데스크톱·노트북이라면, 부품값이 더 오르기 전에 기본 사양으로 사두고 나중에 필요할 때 늘리는 방법도 있다. 어느 쪽이든, 지금은 '스펙을 최대로'보다 '필요한 만큼만'이 지갑을 지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