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DR은 새 필터를 끼운 순간의 정화 속도만 잰 값이라 필터가 얼마나 오래 성능을 유지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방 크기에 맞는 용량, 필터 지속력과 교체 비용, 소음을 함께 따져야 실사용에 맞는 제품이 나온다. 스펙표에서 CADR 숫자만 볼 게 아니라 표준사용면적과 필터 교체 주기, 최대 풍량 소음을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기청정기 스펙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값이 CADR이다. 청정공기공급률로 옮기는 이 수치는 담배연기·먼지·꽃가루 세 가지에 대해 기기가 분당 얼마나 많은 공기를 정화하는지를 나타낸다. 미국 가전제조사협회(AHAM)도 CADR을 기기 성능을 비교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본다.
문제는 이 값이 새 필터를 막 끼운 순간의 '속도'만 잰다는 점이다. 나오는 공기가 얼마나 깨끗한지, 그 성능이 몇 달 뒤까지 유지되는지는 CADR에 담기지 않는다. 실제로 CADR이 높아도 몇 달 사이 정화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제품이 있다.
이 빈틈을 메우는 지표가 CCM(누적청정용량)이다. 필터가 초기 성능의 절반으로 떨어질 때까지 걸러낸 오염물질 총량을 등급으로 매긴 것으로, 입자 기준 P1(3,000~5,000mg)부터 P4(1만2,000mg 초과)까지 나뉜다. CADR이 같아도 CCM 등급이 낮으면 필터를 더 자주 갈아야 한다는 뜻이다.
Photo by Andrey Matveev on Unsplash
CADR을 제대로 쓰는 방법은 내 방 크기에 맞춰 읽는 것이다. AHAM은 연기 기준 CADR이 방 면적의 3분의 2 이상인 제품을 권한다. 240제곱피트(약 6.7평) 방이라면 연기 CADR 160 안팎이 기준선이 된다. 산불 연기처럼 오염이 심한 상황에는 방 면적과 같은 수준까지 올려 잡는다.
국내 제품에 붙는 표준사용면적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이 면적은 실험 조건에서의 최대치라 실제로는 표기 면적의 70~80% 정도를 커버한다고 보는 편이 안전하다. 거실에 놓을 계획이라면 아파트 전용면적이 아니라 실제 거실 크기를 기준으로, 표기 면적이 그보다 한 단계 넉넉한 제품을 고르는 게 낫다.
공기청정기의 실사용 비용은 본체 가격이 아니라 필터에서 갈린다. 헤파필터 교체 주기는 보통 6개월에서 12개월이고, 미세먼지가 심한 지역이거나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6개월 안쪽으로 당겨야 한다. 토출구에서 퀴퀴한 냄새가 난다면 이미 교체 시점을 넘긴 신호다.
같은 성능이라도 브랜드마다 필터 구조와 단가가 달라 몇 년을 쓰면 유지비 차이가 꽤 벌어진다. 구매 전에 정품 필터 값과 권장 교체 주기를 먼저 확인해 연간 비용을 계산해 보는 편이 실속 있다.
소음은 취침 모드가 아니라 최대 풍량 기준으로 봐야 한다. 미세먼지가 몰릴 때 강하게 돌리는 순간이 실제로 가장 신경 쓰이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국내 CA인증은 풍량 구간에 따라 45~55dB 범위에서 소음을 확인한다. 필터가 막히면 팬이 과하게 돌면서 소음이 더 커지는 만큼, 조용함을 중시한다면 최대 풍량 소음 수치를 따로 챙겨보자.
첫 구매에서 자주 하는 실수는 CADR이 높은 대용량 제품을 무조건 고르는 것이다. 작은 방에 과한 용량은 전기와 비용만 늘릴 뿐 체감 차이가 크지 않다. 조건별로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다.
결국 좋은 선택은 가장 높은 숫자가 아니라 내 방과 생활 패턴에 맞는 숫자를 고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