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콤 태블릿은 화면이 없는 비액정형과 화면에 직접 그리는 액정형으로 나뉘고, 이 선택이 가격을 가장 크게 가른다. 필압 단계나 최대 크기 같은 숫자는 입문 단계에서 체감 차이가 작아 우선순위가 낮다. 처음이라면 판형과 크기, 예산 순으로 정하고 고사양 모델은 손이 익은 뒤 고려하는 편이 낫다.
첫 태블릿을 고를 때 필압 몇 단계인지부터 보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 지출을 가르는 건 그게 아니다. 와콤 태블릿은 크게 두 종류다. 화면이 없는 비액정형(펜 태블릿)과 화면에 직접 그리는 액정형(펜 디스플레이)이다.
비액정형은 판만 있는 형태라 모니터를 보면서 손은 판 위에서 움직인다. 가장 저렴하고 고장 요소가 적지만, 눈과 손이 따로 노는 감각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액정형은 종이에 그리듯 화면 위에 바로 그린다. 직관적이지만 값이 몇 배로 뛴다. 입문자가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이 하나다.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제품 설명에 붙는 필압 단계는 펜을 누르는 세기를 몇 단계로 구분하느냐다. One by Wacom은 2,048단계, 상위인 Intuos는 4,096단계, 액정형 Wacom One도 4,096단계, 전문가용 Intuos Pro와 Cintiq는 8,192단계다.
숫자만 보면 4배 차이지만, 그림을 처음 그리는 손은 이 차이를 거의 구분하지 못한다. 실제로 One by Wacom과 Intuos의 필압 차이는 체감이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입문 단계에서 2,048단계는 부족한 스펙이 아니라 충분한 스펙이다. 필압 8,192단계는 선의 강약을 미세하게 통제하는 숙련자에게 의미가 있는 숫자다.
와콤 입문 라인은 보통 Small과 Medium 두 크기로 나온다. 여기서 기준은 화질이 아니라 팔이 움직이는 범위와 책상 공간이다.
너무 작은 판은 손목만 까딱이며 그리게 되어 큰 곡선을 한 번에 긋기 어렵다. 와콤 쪽에서도 지나치게 작은 크기는 권하지 않는다. 다만 Medium은 자리를 제법 차지하고, 마우스와 키보드까지 놓을 공간이 빠듯하다면 오히려 불편하다. 책상이 좁거나 노트북과 함께 쓴다면 Small, 데스크톱에 여유 공간이 있다면 Medium이 무난하다.
비액정형 입문은 가장 저렴한 구간이다. One by Wacom은 대략 7만 원 안팎, 블루투스 연결과 4,096단계 필압을 갖춘 Intuos가 그 위에 있다. 케이블 없이 쓰고 싶다면 블루투스 옵션이 있는 Intuos 쪽이 편하다.
화면에 직접 그리고 싶다면 액정형 입문기인 Wacom One이 출발점이다. FHD 해상도에 4,096단계 필압으로, 액정형 중에서는 진입 문턱이 낮다. 그 위로는 16인치 Cintiq가 70만 원대에서 시작해 전문가용으로 올라간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구분 | 대표 모델 | 필압 | 성격 |
|---|---|---|---|
| 비액정 입문 | One by Wacom | 2,048 | 최저가, USB 연결 |
| 비액정 표준 | Intuos | 4,096 | 블루투스 옵션 |
| 액정 입문 | Wacom One | 4,096 | 화면에 직접 |
| 전문가 | Intuos Pro·Cintiq | 8,192 | 고가 |
디지털 드로잉에서 초반에 발목을 잡는 건 스펙이 아니라 손이다. 판 위에서 선을 원하는 대로 긋는 감각, 화면과 손의 좌표를 맞추는 감각은 어떤 모델을 써도 시간을 들여야 익는다. 이 단계에서 8,192단계 필압이나 큰 액정은 결과물을 바꿔주지 않는다.
취미로 계속할지, 어떤 그림을 그릴지가 분명해지는 건 몇 달 써본 뒤다. 그때 자신이 비액정의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지, 액정형의 직관성이 필요한지 판단이 선다.
예산이 빠듯하고 우선 시작이 목적이라면 One by Wacom이나 Intuos 같은 비액정형으로 손부터 익히는 게 낫다. 처음부터 종이 같은 감각이 중요하고 예산에 여유가 있다면 Wacom One으로 시작하되, Cintiq 같은 고가 액정형은 방향이 잡힌 다음으로 미뤄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