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2026년 8월 일본에서 현지 메모리 합작공장의 사업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SK하이닉스는 설립 계획을 확정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신규 반도체 라인은 검토에서 실제 양산까지 통상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 소식은 당장의 램·그래픽카드 가격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지금의 메모리 가격은 HBM 생산 집중과 AI 수요가 좌우하므로, 구매 결정은 일본 공장 뉴스가 아니라 현재의 공급과 재고 흐름을 기준으로 삼는 편이 맞다.

최태원 SK 회장은 2026년 8월 31일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 참석차 일본 센다이를 찾은 자리에서 "일본 현지 메모리 칩 합작공장의 사업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과 용수가 넉넉한 곳이라면 지역을 가리지 않고 후보로 보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배경으로는 AI 수요 급증, 생산 비용 절감, 공급망 다변화가 꼽히고, 일본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정책도 변수로 거론된다.
다만 이 발언이 곧 '일본 공장 확정'을 뜻하지는 않는다. SK하이닉스는 회장이 합작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실제 답변은 "검토 과정에 있고 끝나는 대로 알리겠다"는 원론적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회장 발언을 전한 보도와 회사의 공식 설명 사이에 온도 차가 있는 셈이다. 지금 확실한 것은 후보지를 물색하는 초기 검토 단계라는 정도다.

Andrey Matveev
설령 일본 공장이 실제로 추진된다 해도, 뉴스가 나온 시점과 그 공장이 메모리를 찍어내는 시점 사이에는 긴 시차가 있다.
업계에서는 투자 결정부터 양산까지 최소 5년, 길게는 10년가량을 본다. 입지 선정과 환경·재해 영향평가, 인허가, 기반시설 조성을 거친 뒤에야 공장 건물이 올라가고, 여기에 클린룸 설치와 생산장비 반입, 시운전이 더해진다. 부지와 인프라가 갖춰진 상태라도 건물 공사에만 3년 안팎이 든다.
실제 사례가 시차를 잘 보여준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19년 투자를 발표하고도 1기 팹 착공까지 6년이 걸렸다. 일본 공장이 이제 막 '검토'라는 첫 단추 단계라면, 이번 뉴스는 몇 년 뒤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신호일 뿐 지금의 물량과는 무관하다.
2026년 램값이 뛰는 이유는 새 공장 유무가 아니라 기존 생산능력이 어디로 쏠리느냐에 있다. 마진이 높은 AI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D램 라인이 이동하면서 일반 D램 공급이 위축됐다.
숫자로도 드러난다. 서버·PC에 쓰이는 DDR5 계약 가격은 2025년 초 개당 약 7달러에서 19.50달러로 100% 넘게 올랐고, 삼성전자는 32GB DDR5 모듈 가격을 149달러에서 239달러로 약 60% 인상했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HBM과 D램, 낸드 생산 능력이 "사실상 완판 상태"라고 밝혔다. 이미 만들 수 있는 물량이 다 팔린 상황이라는 뜻인데, 몇 년 뒤에나 가동될 수 있는 일본 공장이 이 수급을 지금 바꿔놓을 수는 없다.
일본 공장 소식을 근거로 "곧 공급이 늘어 값이 떨어지겠지" 하고 구매를 미루는 판단은 근거가 약하다. 확인해야 할 것은 뉴스의 상징성이 아니라 지금의 수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