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장관이 9월 2일 미국 내 생산을 압박하는 반도체 표적관세를 예고했지만 세율과 시행 시점은 못박지 않았다. 이 관세는 주로 미국으로 들어가는 물량에 붙는 것이라, 한국에서 사는 노트북·폰 가격에 관세가 직접 얹히는 구조는 아니다. 지금 값을 올리는 진짜 원인은 관세가 아니라 AI발 메모리 품귀여서, 서두를지 미룰지는 이 둘을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9월 2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반도체 표적관세를 다시 꺼냈다.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를 내지 않지만, 여기서 안 만들면 세계 최대 시장에 들어오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100% 수준의 세율이 거론된 적은 있지만, 이번 발언에서는 구체적인 관세율도 시행 시점도 나오지 않았다.
즉 지금 나온 건 확정된 정책이 아니라 미국 내 생산을 압박하는 '예고'다. 품목 범위와 발효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 이걸 근거로 구매 시점을 바꾸기엔 확정된 숫자가 없다.

Pham Ngoc Anh
핵심은 관세가 어디서 부과되느냐다. 미국의 수입 관세는 미국으로 들어가는 반도체와 완제품에 붙는다. 한국 소비자가 국내 매장에서 노트북이나 폰을 살 때, 그 가격표에 미국 관세가 직접 얹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간접 영향은 있다. 제조사가 글로벌 단일 가격 정책을 쓰거나, 미국 시장 비용 증가를 전 세계 판매가에 나눠 반영하면 국내가에도 번질 수 있다. 다만 이건 '관세가 곧 내 가격'이라는 직접 경로와는 다르고, 폭과 시점을 지금 특정하기 어렵다.
혼동하기 쉬운 대목이 여기다. 최근 노트북과 PC 가격이 오른 주된 원인은 관세가 아니라 AI발 메모리 품귀, 이른바 '칩플레이션'이다. AI 서버와 HBM 쪽으로 생산이 쏠리면서 소비자용 D램·낸드 공급이 줄어든 결과다.
이미 값에 반영되고 있다. LG 그램 16인치 2026년형은 출시가 314만원에서 354만원대로 약 13% 올랐고, 레노버는 일부 모델을 30% 넘게, 에이수스는 15~25%가량 인상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로 2분기 전 세계 PC와 스마트폰 출하량은 각각 1년 전보다 4% 줄었다. 값이 오르니 수요가 눌린 흐름이다. 이 상승은 관세 발효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진행 중이다.
관세를 피하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생산을 늘리고 있다. 삼성은 텍사스 테일러에 약 370억 달러를 넣어 1공장 연내 가동, 2공장 2030년 양산을 잡았고,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에 약 38억 달러대 패키징 공장을 지어 2029년 하반기 HBM 양산을 예고했다. 가동 시점이 2029~2030년이라는 점만 봐도, 이 투자가 완제품 원가에 반영되는 건 몇 년 뒤의 이야기다. 당장 이번 분기 노트북값을 흔드는 변수는 아니다.
관세 예고 자체를 이유로 구매를 서두를 근거는 약하다. 세율도 시점도 없고, 한국 소비자 가격에 직접 붙는 구조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메모리값 상승은 별개로 진행 중이라, 판단 기준을 나눠 보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