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A와 한국소비자원이 시중 로봇청소기 6종을 40개 항목으로 점검했더니 일부는 사용자 인증이 허술해 외부인이 카메라를 들여다볼 수 있었고, 국내 IoT 보안인증은 아직 자율이다. 한국은 보안 업데이트 지원 기간 표시 의무가 없어 연결형 가전의 안전은 상당 부분 구매자가 직접 따져야 한다. 제조사의 업데이트 지원 기간, 앱의 2단계 인증 여부, 초기 비밀번호 변경 가능 여부를 사기 전에 확인하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가정집과 시술업소의 홈캠을 수천 차례 들여다본 해커가 붙잡혔고, 병원 CCTV가 뚫린 사건도 보도됐다. 공격 대상은 카메라에만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에 연결되는 TV, 로봇청소기, 공유기처럼 '스마트'가 붙은 기기는 모두 통로가 될 수 있다. 기기 하나가 뚫리면 같은 와이파이에 물린 PC나 다른 가전까지 위험해진다.
문제는 이런 기기의 안전을 걸러줄 장치가 아직 느슨하다는 점이다. KISA와 한국소비자원이 올해 시중 로봇청소기 6종을 모바일 앱·정책관리·기기 등 40개 항목으로 점검했더니, 일부 제품은 사용자 인증이 허술해 외부인이 카메라 사진을 보거나 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었다. 삼성과 LG는 접근 통제와 통신 암호화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같은 로봇청소기라도 보안 수준이 제각각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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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형 가전에서 중요한 건 고장 수리가 아니라 보안 구멍을 메우는 업데이트다. 새 취약점은 계속 나오는데, 제조사가 업데이트를 끊는 순간 그 기기는 열린 문이 된다.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10년 넘게 쓰는 가전일수록 이 지원 기간이 중요하다.
해외는 이걸 아예 표시하도록 법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영국은 2024년부터 제조사가 보안 업데이트를 제공할 최소 기간과 종료일을 구매 전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했고, 유럽연합은 2027년 말 시행되는 사이버복원력법에서 지원 기간을 최소 5년 이상 보장하고 구매 시점에 알리도록 했다. 반면 한국은 아직 이런 표시 의무가 없다. KISA가 출시 이후의 사후관리 체계를 올해에야 연구하기 시작한 단계다.
그래서 지금은 구매자가 직접 챙겨야 한다. 제조사 제품 페이지나 설명서에서 운영체제·펌웨어 업데이트를 몇 년간 제공하는지 찾아보고,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그 가전 앱의 '최근 업데이트 날짜'를 확인하라. 몇 달째 갱신이 없다면 사실상 방치된 제품일 수 있다. 안드로이드 기반 가전이라면 어떤 버전을 쓰는지도 따져볼 만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5년 9월, 로봇청소기 같은 스마트 가전을 살 때 보안 인증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라고 안내했다. KISA의 IoT 보안인증을 받은 제품은 포장이나 설명서에 인증 표시가 붙어 눈으로 구별할 수 있다. 인증은 보안 수준에 따라 라이트·베이식·스탠다드로 나뉘고, 중대형 스마트 가전은 가장 높은 스탠다드를 받도록 되어 있다.
다만 이 인증은 아직 자율이라, 없다고 무조건 위험한 것도 아니고 있다고 완벽한 것도 아니다. 다른 조건이 비슷할 때 인증 제품을 고르는 기준 정도로 쓰는 편이 현실적이다.
기기를 잘 골랐어도 설정이 허술하면 소용없다. 산 뒤 가장 먼저 할 일은 기기와 공유기의 초기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이다. 공장 출고 비밀번호는 인터넷에 목록으로 떠돈다. 기기마다 다른 비밀번호를 쓰고, 공유기 관리자 암호와 와이파이 암호는 서로 다르게 설정한다.
연결된 앱 계정에는 2단계 인증을 켠다. 문자 인증보다 인증 앱 방식이 안전하다. 기기와 앱의 자동 업데이트는 켜 두고, 쓰지 않는 카메라·마이크·원격 접속 기능은 꺼 둔다. 낯선 로그인 기록이 보이면 바로 비밀번호를 바꾸고 인터넷 연결을 끊는 것이 좋다.
같은 값이면 사양표의 숫자보다 이 다섯 가지가 몇 년 뒤의 안전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