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2분기 세전이익이 122조원으로 코스피 사상 최대를 찍으며 반도체 두 회사의 법인세가 역대급으로 불어났지만, 그 이익에는 키옥시아 지분 매각 같은 일회성 요인이 크게 섞여 있다. 법인세는 이미 번 이익에 붙는 후행 결과라 램·그래픽카드 값을 예고하는 신호가 아니다. 구매 시점을 재려면 실적 헤드라인 대신 DRAM 고정거래가와 HBM 생산 쏠림, 감산·증설 발표를 먼저 봐야 한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세전이익이 122조 7084억원으로 집계됐다. 단일 기업 기준 코스피 역사상 분기 최대다. 여기에 붙는 회계상 법인세비용이 28조 786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67% 늘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세전이익 58조 8284억원, 법인세비용 11조 6000억원과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다. '역대급 법인세'라는 표현이 과장은 아닌 셈이다.
그런데 이 숫자를 부품값과 곧바로 잇기 전에, 122조원이 어디서 왔는지부터 봐야 한다. SK하이닉스의 이 이익에는 영업외손익 62조 1660억원이 담겨 있고, 그 상당 부분이 일본 키옥시아 지분 매각 대금과 평가이익이다. 메모리를 팔아 번 돈만이 아니라, 지분을 정리하며 한 번에 잡힌 일회성 이익이 크게 섞여 있다는 뜻이다.
또 하나 짚을 것은 '법인세비용'과 '실제 낸 돈'이 다르다는 점이다. 상반기에 두 회사가 현금으로 납부한 법인세는 별도 기준 11조 208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4조 1906억원보다 167% 늘었다. 늘어난 건 분명하지만, 손익계산서에 찍힌 수십조원대 '비용'과는 기준도 시점도 다른 숫자다.

Andrey Matveev
결론부터 말하면, 법인세 규모는 부품값을 예고하는 지표가 아니다. 법인세는 이미 벌어들인 이익에 매겨지는 후행 결과다. 이익이 컸다는 건 지난 분기에 메모리가 잘 팔리고 비싸게 거래됐다는 사후 확인이지, 앞으로 램이나 그래픽카드 값이 어디로 갈지 알려 주는 신호가 아니다.
방향은 오히려 반대다. AI 반도체 수요가 몰리며 메모리 값이 먼저 오르고, 그 덕에 실적이 뛰었고, 그 실적에 세금이 붙은 것이다. 순서로 보면 값이 원인이고 세금은 맨 뒤에 오는 결과다. 앞서 다룬 자사주 매입이나 미국 공장 투자 소식과 마찬가지로, 이런 뉴스는 회사의 곳간 사정을 말해 줄 뿐 소비자가 살 부품의 가격표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이번 건은 키옥시아 지분 같은 일회성 요인까지 섞여 있어 신호로서는 더 흐릿하다.
램이나 그래픽카드 구매 시점을 저울질한다면, 실적·세금 헤드라인 대신 수급을 보여 주는 지표를 골라야 한다. 판단에 실제로 쓸 만한 것은 다음과 같다.
정리하면, 이 조건이라면 실적 기사는 배경 지식으로만 참고하는 게 현실적이다. '법인세가 사상 최대'라는 문장은 반도체 경기가 좋다는 큰 그림은 알려 주지만, 다음 달 램값이 오를지 내릴지는 답해 주지 않는다. 구매 타이밍을 재는 사람이라면 이익 규모보다 계약가와 생산 배분 뉴스를 먼저 챙기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