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노트와 태블릿의 근본 차이는 빛을 쏘는 LCD냐 반사하는 전자잉크냐로, 여기서 필기감·배터리·눈 피로가 갈린다. 쓰고 읽는 시간이 길고 색이 필요 없으면 전자노트가, 그림과 영상이 중심이면 태블릿이 맞는다. 구매 전에는 필기를 어떤 클라우드로 동기화하고 PDF로 빼낼 수 있는지, 별도 구독료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손글씨를 디지털로 남기고 싶은데 이미 태블릿이 있다면, 전자노트를 따로 살 이유는 결국 화면 방식 하나로 갈린다. 태블릿은 LCD나 OLED가 뒤에서 빛을 쏘는 반면, 전자노트는 전자잉크로 빛을 반사한다. 종이가 조명 없이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차이가 세 곳에서 드러난다. 첫째는 필기감이다. 전자잉크 화면은 표면이 종이처럼 서걱거리고 펜이 종이에 닿는 감각에 가까워, 필기용으로 만든 기기답게 지연도 짧은 편이다. 리마커블은 사각사각한 느낌, 슈퍼노트는 약간 쫀득한 느낌으로 브랜드마다 결이 다르니 이건 취향의 영역이다.
둘째는 배터리다. 전자잉크는 화면이 바뀔 때만 전력을 쓰고 정지 화면에서는 주사율이 0Hz라 전기를 거의 안 먹는다. 그래서 전자책류 기기는 한 번 충전으로 한 달 가까이 버틴다. 매일 충전하는 태블릿과는 다른 리듬이다.
셋째는 눈 피로다. 백라이트로 눈에 빛을 직접 쏘지 않고 반사광을 보기 때문에 오래 봐도 덜 피로하다는 평이 많다. 대신 대가가 있다. 화면 새로고침이 느려 동영상이나 대부분의 게임에는 맞지 않고, 미세한 잔상이 남는다.

Pavel Danilyuk
같은 '필기 기기'라도 무엇을 주로 하느냐에 따라 답이 갈린다.
회의록, 강의 필기, 아이디어 정리처럼 종일 손으로 쓰는 일이 중심이라면 전자노트 쪽이 맞는다. 알림이 뜨지 않는 집중 환경과 종이 같은 필기감이 이럴 때 힘을 발휘한다.
독서는 둘 다 되지만 장시간이면 눈이 편한 전자잉크가 유리하다. 여기서 갈래가 한 번 더 나뉜다. 안드로이드를 얹은 기기(오닉스 부X 계열)는 킨들·교보·원노트 같은 앱을 자유롭게 깔 수 있는 반면, 리마커블이나 슈퍼노트는 읽기 앱 선택지가 좁은 대신 딴 데 한눈팔 여지도 적다.
그림, 컬러가 필요한 필기, 영상 자료를 함께 보는 작업이라면 태블릿이 낫다. 아이패드에 애플펜슬, 갤럭시탭에 S펜 조합이 여기 해당한다. 컬러 전자잉크 제품도 나오지만 색의 선명도와 반응 속도는 아직 LCD를 따라가지 못한다.
기준을 하나로 줄이면 이렇다. 하루 중 '쓰고 읽는' 시간이 '보고 그리는' 시간보다 길고 색이 꼭 필요하지 않다면 전자노트가 제값을 하고, 반대라면 이미 가진 태블릿으로 충분하다.
정작 만족을 가르는 건 필기한 내용을 어떻게 꺼내 쓰느냐다. 기기를 고르기 전에 다음을 확인하는 게 좋다.
정리하면 전자노트는 '쓰기 전용 도구'에 가깝다. 이 좁은 쓰임이 내 하루와 맞는지, 그리고 쓴 것을 평소 쓰는 저장 방식으로 무리 없이 빼낼 수 있는지, 이 두 가지가 맞으면 태블릿과 별개로 살 이유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