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열교환기는 바깥 공기를 걸러 들이고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내보내면서 빠져나가는 열까지 회수하는 환기 장치라, 실내 공기만 돌리는 공기청정기와는 푸는 문제가 다르다. 100세대 이상 신축 아파트에는 이미 천장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아 새로 살 필요 없이 필터만 관리하면 되지만, 오래된 집이나 단독주택에는 없을 수 있다. 설치를 고민한다면 우리 집에 이미 있는지, 배관 공간과 주기적인 필터 교체를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공기청정기와 전열교환기를 두고 고민한다면, 먼저 둘이 같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걸 짚어야 한다. 공기청정기는 창문을 닫은 채 실내 공기를 빨아들여 필터로 거른 뒤 다시 실내로 내보낸다. 방 안 먼지는 줄지만 바깥 공기가 들어오지도, 실내에 쌓인 이산화탄소나 냄새가 나가지도 않는다. 정화이지 환기가 아니다.
전열교환기는 반대쪽 문제를 푼다. 바깥 공기를 필터로 걸러 실내로 들이고, 동시에 실내의 탁한 공기를 밖으로 빼낸다. 여기까지는 환풍기와 같지만, 나가는 공기와 들어오는 공기가 열교환소자를 지나면서 버려질 열(과 습도)을 일부 회수한다는 점이 다르다. 겨울에 창문을 열면 따뜻한 공기가 그대로 나가는 손실을, 이 장치는 상당 부분 붙잡아 둔다.
| 기기 | 바깥 공기 유입 | 미세먼지 필터 | 열 회수 |
|---|---|---|---|
| 공기청정기 | 없음 | 있음(헤파) | 해당 없음 |
| 일반 환풍기 | 있음 | 없음 | 없음 |
| 전열교환기 | 있음 | 있음 | 있음 |
미세먼지만 놓고 보면 공기청정기 헤파필터가 더 촘촘하다. 전열교환기 필터는 환기설비 기준상 포집률이 60~80%대로, 실내 미세먼지를 순식간에 떨어뜨리는 용도로는 공기청정기가 낫다. 결국 대체가 아니라 역할이 갈린다. 실내 미세먼지를 빠르게 잡는 건 공기청정기, 이산화탄소 축적과 결로, 묵은 공기를 밀어내는 건 전열교환기의 몫이다.

Huy Phan
돈을 쓰기 전에 확인할 게 하나 있다. 2006년 이후 건축 기준에 따라 100세대 이상으로 새로 지은 아파트는 기계환기설비를 갖추도록 의무화됐고, 그 상당수가 천장 속 전열교환기다. 대상을 더 작은 단지로 넓히자는 논의도 이어져 왔다. 최근 몇 년 안에 지어진 아파트에 산다면 이미 달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있는데도 안 쓰는 경우다. 조작기가 어디 있는지 모르거나, 필터를 몇 년째 안 갈아 소음만 나는 채로 꺼둔 집이 흔하다. 관리사무소에 물어 설치 여부와 필터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새 제품을 알아보는 것보다 먼저다.
설치를 새로 고민할 만한 집은 정해져 있다. 도로변이라 창문을 오래 열기 어렵거나, 저층·방범 문제로 환기가 부담스러운 집, 밀폐가 심해 겨울에 결로와 곰팡이가 반복되는 집이다. 신생아나 호흡기 질환자가 있어 실내외 공기질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경우도 여기 든다.
반대로 창문을 자주 열 수 있고 결로나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 집이라면, 굳이 공사를 벌일 이유는 크지 않다. 이럴 땐 자연환기에 공기청정기 한 대를 더하는 편이 비용 대비 효율이 낫다.
후설치를 결정했다면 순서대로 따져보자.
전열교환기는 공기청정기를 대신하려고 다는 물건이 아니다. 환기가 어려운 집에서 바깥 공기를 열 손실 없이 들이는 장치이고, 그 조건에 맞을 때 값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