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순환기(에어서큘레이터)는 공기를 섞어 순환시킬 뿐 필터가 없어, 필터로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공기청정기를 대신할 수 없다. 두 제품은 목적이 달라 경쟁이 아니라 보완 관계이며, 미세먼지와 냄새 제거가 목적이면 청정기가, 환기와 냉난방 효율이 목적이면 순환기가 먼저다. 하나만 산다면 실내 공기질 관리는 청정기부터, 이미 청정기가 있다면 순환기를 더해 정화 효율과 환기 속도를 높이는 순서가 합리적이다.

먼저 용어부터 정리하자. 매장에서 '공기순환기'라고 부르는 제품은 대부분 에어서큘레이터, 즉 공기를 멀리 직진으로 밀어 실내 공기를 섞어주는 팬이다. 아파트에 붙박이로 설치되는 전열교환기(환기장치)도 넓게는 공기순환기로 불리지만, 사서 방에 놓고 쓰는 제품과는 다른 물건이다. 이 글은 소비자가 흔히 고르는 에어서큘레이터를 기준으로 한다.
핵심 차이는 간단하다. 공기청정기는 공기를 '거른다'. 에어서큘레이터는 공기를 '옮긴다'. 목적이 다르니 성능을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 없다.
| 구분 | 공기순환기(서큘레이터) | 공기청정기 |
|---|---|---|
| 주 역할 | 공기 순환·혼합 | 공기 정화 |
| 필터 | 없음 | 프리필터+헤파필터 |
| 미세먼지 제거 | 못 함 | 헤파필터로 제거 |

Brett Sayles
에어서큘레이터에는 필터가 없다. 그래서 방 안의 미세먼지나 냄새를 없애지 못한다. 먼지를 걸러내는 게 아니라 있는 공기를 이리저리 섞을 뿐이다. 오히려 바닥에 가라앉은 먼지를 잠깐 날릴 수도 있다.
반면 공기청정기는 프리필터로 큰 먼지를, 헤파필터로 0.3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먼지까지 99.9% 이상 잡아낸다. 실내 공기를 빨아들여 필터를 통과시킨 뒤 다시 내보내는 구조다. 그러니 미세먼지 관리가 목적이라면 순환기로 청정기를 대신하는 건 불가능하다. 둘은 경쟁 제품이 아니라 역할이 다른 제품이다.
판단 기준은 '지금 뭐가 급한가'이다.
서큘레이터를 살 때는 공간 크기에 맞는 풍량을 봐야 한다. 한 자료 기준으로 15~20제곱미터 방이면 바람 도달 거리 15~20미터, 20~30제곱미터면 21미터, 40제곱미터 이상이면 30미터 이상 제품이 권장된다. 원룸에 대형기를 두면 소음만 커지고, 거실에 소형기를 두면 구석까지 바람이 닿지 않는다.
두 제품을 함께 쓰면 각자의 약점을 메운다. 순서를 나눠 배치하는 게 요령이다.
환기할 때는 마주 보는 창문을 모두 열고, 창가에 서큘레이터를 바깥 방향으로 놓는다. 실내 공기를 밖으로 밀어내 환기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환기가 끝나면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를 돌린다. 이때 서큘레이터를 방 가운데 두고 천장을 향해 바람을 쏘면, 정화된 공기가 방 전체로 퍼져 청정기 한 대가 담당하는 면적이 넓어진다.
정리하면 구매 순서는 이렇게 잡는 편이 합리적이다.
'하나로 다 되는' 제품을 찾기보다, 내 방의 문제가 먼지인지 공기 흐름인지부터 정하면 답은 쉽게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