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10월 30일 8,793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MLCC 공급계약을 발표하는 등 AI 수요가 이 부품 시장을 빠르게 끌어당기고 있다. 고부가 제품이 AI 서버로 몰리면서 범용 MLCC 공급에 압박이 번지고 납기와 가격 인상 조짐이 나타나지만, 스마트폰·가전 완제품 가격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아직 수치로 확인되지 않았다. 범용 MLCC 가격 인상 보도와 제조사의 가격 정책을 지켜보며 판단하되, 당장 완제품 가격 급등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삼성전기가 10월 30일 AI 서버용 MLCC 8,793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발표했다. 이름도 생소한 이 부품이 올해만 여덟 번째 대형 계약이고, 누적 수주액은 5조원을 넘겼다.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궁금한 건 하나다. AI 서버가 이 부품을 빨아들이면, 내 스마트폰과 가전 가격도 오를까.
결론부터 말하면 공급 쪽 압박은 분명히 번지고 있지만, 완제품 가격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아직 숫자로 확인되지 않았다.

panumas nikhomkhai
MLCC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의 줄임말이다. 회로에서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조절하고, 전기를 잠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 전압 변동을 줄인다. 부품 사이의 전자파 간섭도 막는다. 눈에 띄지 않지만 전원이 들어가는 거의 모든 기기에 들어간다.
양이 상당하다. 최신 스마트폰 한 대에 대략 1,000개가 쓰이고, 전기차 한 대에는 1만 5,000개에서 2만 개까지 들어간다는 집계가 있다. 그래서 반도체만큼 주목받지 않아도 수급이 흔들리면 완제품 생산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시장에서는 일본 무라타가 1위, 삼성전기가 2위 자리를 지켜 왔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AI 쏠림'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지난 7월, AI 서버 업그레이드와 클라우드 업체들의 맞춤형 칩(ASIC) 확대로 고사양 MLCC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업계의 수주출하비율(BB율)은 1.04로 팬데믹 이후 가장 높았고, 일부 고사양 제품의 납기는 8주에서 24주까지 길어졌다. JP모건은 AI 서버용 MLCC 판매량이 올해와 2027년에 각각 2.4배씩 늘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기의 이번 대형 계약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이 회사는 AI 서버용 MLCC에서 약 40%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계약된 제품은 GPU와 ASIC 같은 AI 반도체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데 쓰인다.
여기서부터는 신중해야 한다. 고부가 물량이 AI 서버로 몰리면서 범용 MLCC 공급에 압박이 번지는 건 사실이다. 중국과 대만 업체들은 범용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고, 자동차·소비재용 제품에도 공급 부담이 옮겨붙고 있다. 애플 공급망이 평소보다 한두 달 일찍 재고 확보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이것이 스마트폰이나 가전 소비자 가격에 얼마나 반영될지를 보여주는 구체적 수치는 아직 없다. MLCC는 완제품 원가의 일부일 뿐이고, 가격 인상 전망이 공급 부족 우려를 과하게 반영했다는 반론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일본 법인이 그런 신중론을 냈다. 정리하면 부품 단계의 가격 압력은 커졌지만, 당장 완제품 가격이 눈에 띄게 뛴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살지 말지를 결정할 때는 뉴스의 '수주 금액'보다 다음 신호를 보는 편이 실용적이다.
사고 싶은 제품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지금의 부품 뉴스 때문에 서둘러 지를 이유는 크지 않다. 완제품 가격 인상이 실제로 공지되는지를 지켜본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