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올해 초 갤럭시북6 프로 14인치가 전작보다 93% 가까이 오른 341만 원에 나오는 등 PC·노트북 가격이 이미 크게 뛰었다. 제조사가 고마진 HBM·서버용으로 생산을 옮기며 범용 D램·낸드가 부족해진 결과이고, SK하이닉스의 3년 치 완판과 장기계약은 고가 국면이 당분간 이어진다는 신호다. 가격이 언제 꺾일지는 전망이 엇갈리므로, 구매는 가격 예측보다 필요 시점과 필요 사양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편이 안전하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기기 가격에 번질지 묻는다면, 노트북 쪽은 이미 답이 나와 있다. 올해 초 나온 삼성전자 갤럭시북6 프로 14인치의 출고가는 341만 원으로, 같은 등급 전작보다 92.9% 비싸게 책정됐다. 갤럭시북 프로 모델 출고가가 300만 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상위 모델인 울트라는 최저 463만 원, LG 그램 프로 AI 2026 16인치도 314만 원으로 전년 동급보다 18.9% 올랐다.
원인은 부품값이다. PC용 범용 D램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025년 1월 1.35달러에서 그해 12월 9.3달러로, 1년 사이 약 7배 뛰었다. 완제품 가격 인상은 이 상승분이 반영된 결과다.
스마트폰도 방향은 같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올해 세계 PC 출하량이 최대 9%, 스마트폰 출하량이 2% 안팎 줄어들 것으로 봤다. 값이 오르며 수요가 눌리는 전형적 모습이다.

Marcial Comeron
메모리 제조사들이 마진이 큰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제품으로 생산을 옮긴 것이 출발점이다. 그만큼 PC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범용 D램과 낸드의 공급이 줄었다. PC 제조사나 폰 제조사는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 마진이 낮은 고객이라 공급 순위에서 밀리고, 필요한 물량을 제때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메모리는 기기 원가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한다. SSD와 D램을 합치면 노트북 원가의 10~25% 수준으로 추정된다. 원가의 5분의 1 안팎을 차지하는 부품값이 몇 배로 뛰면, 제조사가 가격을 올리거나 사양을 조정하지 않고 버티기는 어렵다.
사양 조정이란 같은 가격대에서 기본 메모리 용량을 낮추거나 고용량 옵션값을 크게 올리는 방식이다. 겉보기 출고가가 유지돼도 체감 가치는 떨어질 수 있다.
확정된 쪽부터 보면, 공급 부족이 단기에 풀릴 신호는 아직 없다. SK하이닉스는 10월 말 실적 발표에서 앞으로 3년 치 물량이 이미 다 팔렸다는 취지로 "3년 치 완판"을 언급했고, 2027~2028년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을 장기 계약으로 묶어뒀다고 밝혔다. 늘어나는 생산능력이 상당 부분 서버·AI 수요로 먼저 배정된다는 의미이고, 소비자용 메모리의 여유가 당장 생기기는 어렵다는 쪽에 가깝다.
반대로 모르는 것도 분명하다. 가격이 정확히 언제 정점을 찍고 꺾일지, 기관마다 전망치가 엇갈린다. 1분기 범용 D램 계약가 상승률만 해도 조사기관에 따라 50%대에서 90%대까지 차이가 났다. 그러니 곧 내린다거나 더 오른다고 단정하는 전망은 걸러 들을 필요가 있다.
판단은 상황별로 갈린다. 기준을 나눠보면 이렇다.
정리하면 가격 인상은 이미 벌어진 사실이고,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쪽이 현재까지의 신호다. 구매 결정은 가격 전망을 맞히려 하기보다, 지금 필요한지와 어떤 사양이 필요한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