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펜타블릿은 사양 숫자보다 판형이냐 액정형이냐를 먼저 정하는 것이 가격과 사용법을 거의 결정한다. 필압은 4096단계 이상이면 입문에 충분하고, 기울기 감지와 모니터에 맞는 크기만 챙기면 된다. 가벼운 스케치와 휴대가 목적이면 아이패드로도 되지만, 큰 화면에 레이어를 많이 쌓는 작업이라면 펜타블릿이 낫다.
첫 펜타블릿에서 가장 먼저 갈리는 건 판형(비액정)과 액정형이다. 이 선택이 가격과 그리는 방식을 거의 다 결정하기 때문에, 세부 사양 숫자보다 먼저 정해야 한다.
판형은 판 위에 펜으로 그리고 눈은 모니터를 본다. 손과 화면이 떨어져 있어 처음엔 어색하지만 며칠이면 적응하는 사람이 많다. 대신 값이 싸서 10만원 미만 제품도 있다. 이미 PC와 모니터를 쓰고 있고 비용을 아끼고 싶다면 판형이 무난한 출발점이다.
액정형은 화면에 직접 그린다. 종이에 그리는 감각과 비슷해 적응이 빠른 대신 값이 올라간다. 클립스튜디오 가이드 기준으로 10인치 이하가 30만원대, 그보다 크면 40만원 이상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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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을 정했다면 세부 사양은 세 가지만 보면 된다.
필압은 펜을 누르는 세기를 몇 단계로 나눠 인식하는지를 뜻한다. 요즘 제품은 대개 4096~8192단계인데, 취미나 입문 수준에서는 4096 이상이면 실제 그림에서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8192'라는 숫자만 보고 값을 더 치를 필요는 없다.
기울기 감지는 펜을 눕혀 선의 굵기나 음영을 표현하는 기능이다. 연필처럼 뉘어 칠하는 습관이 있다면 챙기는 편이 좋다.
작업 크기는 쓰는 모니터에 맞춘다. 15인치 이상 모니터라면 중형이 자연스럽고, 그 이하면 소형으로도 충분하다. 판이 너무 크면 오히려 팔 동선이 늘어 금세 피로해진다.
이미 아이패드가 있거나 살까 고민 중이라면 굳이 펜타블릿을 안 사도 되는 경우가 있다. 애플펜슬과 프로크리에이트, 클립스튜디오 같은 앱을 쓰면 손을 보며 그릴 수 있고, 무엇보다 들고 다니며 어디서든 그릴 수 있다. 가벼운 드로잉과 아이디어 스케치가 목적이라면 아이패드가 더 편하다.
한계도 분명하다. 레이어를 수십 개씩 쌓는 밀도 높은 작업에서는 기기 사양과 캔버스 해상도에 따라 한계가 빨리 온다. 화면이 작아 디테일을 그릴 때 확대와 축소를 반복해야 하고, 물리 단축키가 없어 제스처에 의존하다 보면 속도가 떨어진다.
반대로 큰 모니터에 수백 개 레이어를 올리고 왼손으로 단축키를 반사적으로 누르는 PC 작업 환경은 아이패드가 따라오기 어렵다. 수익을 목표로 한 실무나 복잡한 채색이라면 펜타블릿 쪽이 낫다.
정리하면 예산이 유형을 거의 정해준다.
| 예산대 | 추천 유형 | 특징 | 이런 사람에게 |
|---|---|---|---|
| 10만원 미만 | 판형(비액정) | 손·눈이 분리돼 적응 필요 | PC·모니터가 있고 비용을 아낄 때 |
| 20~40만원대 | 소형 액정형 | 화면에 직접, 직관적 | 종이 감각을 원하는 입문자 |
| 50만원 이상 | 큰 액정형·아이패드 | 넓은 화면 또는 휴대성 | 오래 쓸 각오, 야외 작업 |
처음부터 비싼 장비를 살 필요는 없다. 그림을 계속 그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저렴한 판형으로 감을 익힌 뒤, 방향이 잡히면 액정형이나 아이패드로 넘어가는 순서가 실패가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