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가 냄새·가스를 줄이는 일은 미세먼지용 헤파 필터가 아니라 활성탄으로 만든 탈취 필터가 맡으며, 이 흡착 방식에는 붙잡을 수 있는 용량의 한계가 있다. 요리 연기나 새 가구 VOC처럼 냄새가 계속 새로 생기는 환경에서는 활성탄이 금방 포화돼 공기청정기만으로는 따라잡지 못한다. 냄새 제거가 목적이라면 탈취 필터의 유무와 활성탄 양, 교체 주기를 확인하고 지속 발생원이 있을 때는 환기를 함께 해야 한다.
냄새나 가스를 잡으려고 공기청정기를 알아본다면 먼저 짚을 게 있다. 미세먼지를 거르는 헤파(HEPA) 필터와 냄새·가스를 잡는 탈취 필터는 하는 일이 전혀 다르다. 공기청정기가 냄새를 어느 정도 줄여주긴 하지만, 그 일은 헤파가 아니라 활성탄으로 만든 탈취 필터가 맡는다. 헤파만 달린 제품으로는 요리 냄새나 새 가구 냄새가 거의 그대로 통과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헤파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입자'를 걸러내는 촘촘한 그물이다. 반면 냄새와 가스,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은 고체 입자가 아니라 기체 분자다. 그물코보다 훨씬 작아 헤파를 그대로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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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취 필터의 활성탄은 가스 분자를 표면에 달라붙게 하는 흡착 방식으로 냄새를 잡는다. 활성탄 표면의 미세한 구멍에 가스 분자가 들러붙는 것이다. 문제는 붙잡을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다는 데 있다.
활성탄의 성능은 세 가지에 좌우된다. 탄소의 양과 품질, 그리고 공기가 필터를 지나는 접촉 시간이다. 활성탄이 얇게 코팅된 가벼운 필터는 금방 가득 차버려 냄새 제거가 신통치 않다. 바람이 너무 세게 지나가도 가스가 활성탄에 붙을 틈이 줄어 효과가 떨어진다. 강한 냄새나 짙은 가스는 제거에 오래 걸리거나 아예 버거워한다.
더 중요한 건 포화다. 활성탄이 가스로 가득 차면 더는 잡지 못하고, 제때 갈지 않으면 머금었던 냄새를 도로 내보내기도 한다. 그래서 탈취 필터는 보통 3~6개월마다 갈아야 제 역할을 한다. 입자용 헤파(6~12개월)보다 수명이 짧다.
한계가 분명히 드러나는 상황이 있다. 냄새의 원인이 계속 새로 생기는 경우다. 가스레인지로 요리할 때 나오는 연기와 연소 가스, 새 가구나 리모델링 자재에서 나오는 VOC, 담배 연기처럼 배출이 멈추지 않는 상황이 여기 해당한다. 활성탄이 붙잡는 속도보다 새로 생기는 양이 많으면 공기청정기는 따라잡지 못한다.
이럴 때 답은 공기청정기를 더 세게 돌리는 게 아니라 환기다. 창문을 열어 바깥 공기로 바꿔주고, 요리할 때는 레인지 후드를 켜 발생원에서 바로 빼내는 편이 훨씬 빠르다. 공기청정기는 배출이 멈춘 뒤 남은 냄새를 줄이는 보조 수단으로 보는 편이 맞다.
냄새·가스 제거가 목적이라면 사양표에서 다음 세 가지를 보자.
첫째, 탈취(활성탄) 필터가 따로 있는지다. 헤파만 있고 탈취 필터가 없거나 얇은 코팅 수준이면 냄새엔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활성탄의 양이 많고 두꺼울수록 냄새 성능에 유리하다.
둘째, CADR 수치는 참고만 하자. CADR은 입자, 즉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라 가스·냄새 제거 능력은 반영하지 않는다. 방 크기에 맞는 제품을 고르는 데는 쓸모 있지만, 냄새가 얼마나 잘 빠지는지는 CADR만으로 알 수 없다.
셋째, 탈취 필터 교체 주기와 가격을 미리 확인하자. 자주 갈아야 하는 소모품이라 구매가보다 유지비가 더 들기도 한다.
정리하면, 공기청정기는 입자와 어느 정도의 냄새를 줄여주는 장치이지 가스 정화기가 아니다. 냄새가 꾸준히 나는 환경이라면 탈취 필터가 든든한 제품을 고르되, 환기와 발생원 관리를 함께 하는 쪽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