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가격 차이는 결국 필기·그림·영상 중 무엇에 쓰느냐에 달려 있고, 용도마다 먼저 봐야 할 사양이 다르다. 필기는 펜 지연시간과 주사율, 그림은 필압·기울기 인식과 OLED, 영상은 화면 비율·밝기·해상도가 핵심이며 펜은 호환과 별매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예산대별로 양보할 사양과 챙길 사양을 미리 정하고, '가상 RAM' 표기나 microSD 확장 여부 같은 함정을 사양표에서 짚으면 된다.

10만 원대부터 100만 원이 넘는 제품까지, 태블릿 가격 폭이 큰 이유는 결국 '무엇에 쓰느냐'에 있다. 필기, 그림, 영상 시청은 요구하는 사양이 서로 다르다. 용도를 정하지 않고 '제일 좋은 걸로' 사면 쓰지도 않을 성능에 돈을 붓거나, 정작 필요한 기능이 빠진 제품을 고르기 쉽다.
먼저 알아둘 것은 용도마다 1순위가 다르다는 점이다. 필기라면 펜이 선을 따라오는 속도, 그림이라면 필압과 기울기 인식, 영상이라면 화면 비율과 밝기다.
| 용도 | 먼저 볼 사양 | 상대적으로 덜 중요 |
|---|---|---|
| 필기 | 펜 지연·120Hz | 필압 단계 |
| 그림 | 필압·기울기·OLED | 최고사양 칩 |
| 영상 | 화면 비율·밝기·해상도 | 펜 지원 |

Ivan S
필기만 할 거라면 흔히 따지는 필압 단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건 펜이 화면을 따라오는 지연시간이다. 상위권 정품 펜은 좋은 조건에서 9ms 안팎을 내고, 실사용에서 20ms 이하면 종이에 가까운 느낌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주사율도 필기 체감을 좌우한다. 독서나 웹서핑만 하면 60Hz와 120Hz 차이를 느끼기 어렵지만, 펜으로 글씨를 쓸 때는 선이 따라붙는 속도가 달라진다. 120Hz가 가격 대비 무난한 선택이다. 종이 질감 필름을 붙일 생각이라면 펜촉 마모를 염두에 둬야 한다. 재질에 따라 한 시간 남짓 쓰고 펜촉이 닳았다는 후기가 있을 만큼 소모가 빠르니, 교체용 펜촉 비용도 계산에 넣는 편이 좋다.
그림을 그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필압 단계와 펜을 눕혔을 때 선 굵기가 바뀌는 기울기(틸트) 인식이 표현력을 직접 결정한다. 화면은 OLED와 120Hz 조합이 권장된다. OLED는 완전한 검정과 높은 명암비를 내기 때문에 색과 어두운 영역을 다룰 때 유리하다.
반대로 밝은 실내외에서 오래 보거나 가격을 아끼려면 IPS 계열 LCD도 합리적이다. 최대 밝기를 내기 쉽고 값이 싸며 정지 화면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영상 시청이 주목적이라면 16:10 같은 와이드 비율을 고르는 게 낫다. 위아래 검은 띠가 줄어 화면을 꽉 채워 본다. 크기는 11~13인치가 무난하고, 해상도는 최소 1920×1200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다.
밝기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같은 보급·중급 사이에서도 어떤 제품은 330cd/m², 어떤 제품은 600cd/m²로 거의 두 배 차이가 난다. 창가나 야외에서 자주 본다면 높은 쪽이 확실히 편하다. 개인적인 판단을 하나 더하면, 영상이 주목적인 사람이 OLED·고성능 펜·초고사양 칩에 돈을 더 쓸 이유는 적다. 비율과 밝기, 해상도만 챙겨도 체감 만족이 높다.
많은 사람이 뒤늦게 당황하는 지점이 펜이다. 갤럭시탭은 S펜이 본체에 기본으로 들어 있어 추가 비용이 없지만(분실 시 재구매는 7만 원대), 아이패드는 애플펜슬이 전 모델 별매다.
더 중요한 건 호환이다. 애플펜슬은 모델마다 지원하는 종류가 다른데, 값이 싼 USB-C형은 압력 감지(필압)를 지원하지 않는다. 그림을 그릴 생각이라면 필압이 되는 펜을 쓸 수 있는 본체인지 구매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펜 지원 여부만 보지 말고 충전 방식과 별매 여부까지 봐야 실제 지출이 보인다.
화면이 크면 보기 좋지만 무게가 따라온다. 11인치대는 450~500g, 13인치대는 600g을 넘는 경우가 많다. 13인치는 11인치보다 면적이 약 40% 넓은 대신 들고 쓰기엔 부담이 된다.
RAM은 용도에 맞춘다. 4GB 안팎은 영상·웹에는 되지만 화면을 둘로 나눠 쓰면 앱이 자주 다시 뜬다. 필기·문서 중심이면 6~8GB, 다중 레이어 드로잉이나 영상 편집은 12GB 이상이 편하다. 주의할 건 '24GB RAM'처럼 크게 적힌 저가 제품이다. 실제 물리 RAM은 4GB이고 나머지는 저장공간을 빌려 쓰는 가상 메모리인 경우가 많아, 물리 RAM 기준으로 봐야 한다.
저장공간은 시스템과 기본 앱이 10~20GB를 미리 차지한다. 그림 파일이나 강의 녹화를 다루면 256GB 이상을 권한다. microSD는 내장보다 느리고 앱 설치에 제약이 있으니, 앱과 작업 파일은 내장에 두고 카드는 영상·사진 보관용으로만 쓰는 게 낫다. 확장 슬롯 유무는 제품마다 다르니 사양표에서 '메모리 확장' 항목을 꼭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