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소배기장치는 연기·냄새를 발생원에서 바로 빨아들여 실외로 내보내고, 공기청정기는 방 안 공기를 순환시키며 필터로 거른다. 공기를 다루는 방향이 반대라 요리 연기나 납땜 흄처럼 한 지점에서 계속 나는 오염은 국소배기가, 집 전체에 퍼진 미세먼지는 공기청정기가 맞는다. 구매 전에는 흡입구를 오염원 가까이 둘 수 있는지, HEPA와 활성탄 필터가 모두 있는지, 실외 배출이 되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지만 두 기기는 공기를 다루는 방향이 정반대다. 국소배기장치는 연기나 냄새가 나는 지점 바로 옆에서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여 덕트로 실외에 내보낸다. 공기청정기는 방 안에 이미 퍼진 공기를 빨아들여 필터로 거른 뒤 다시 방 안으로 돌려준다. 전자는 배출, 후자는 순환이다.
이 차이가 선택을 가른다. 요리 연기나 납땜 흄처럼 한 지점에서 계속 새로 나오는 오염에는 발생원에서 바로 잡아내는 국소배기가 맞고, 특정 발생원 없이 집 전체에 떠다니는 미세먼지나 꽃가루에는 공기청정기가 맞는다.

Sergei Starostin
공기청정기의 한계는 구조에서 나온다. 방 전체 공기를 조금씩 빨아들여 농도를 낮추는 방식이라, 기름 연기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뿜어져 나오는 오염원을 앞질러 제거하지 못한다. 연기는 나는 족족 방에 퍼지고, 청정기는 그 뒤를 쫓아 희석할 뿐이다.
국소배기는 반대로 오염물이 방에 퍼지기 전에 발생원에서 가로챈다. 연기가 코와 방으로 올라오기 전에 흡입구가 먼저 빨아들이는 그림이다. 작업 중 눈과 목이 매운 상황이라면 이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국소배기를 쓸 때 가장 흔한 오해가 멀찍이 놓아도 알아서 빨아들이겠지 하는 기대다. 환기 설계에서는 후드 입구에서 멀어질수록 빨아들이는 힘이 매우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이 잘 알려져 있다. 흡입구 지름만큼만 떨어져도 흡입 속도가 입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약해진다.
그래서 이동형 제품은 흡입구를 연기 나는 지점 바로 옆에 고정할 수 있는 구조인지가 성능을 좌우한다. 자유롭게 구부러지는 플렉시블 암이나 위치를 바꿀 수 있는 후드가 그 역할을 한다. 흡입구가 작업 지점에서 한 뼘만 멀어져도 효과는 눈에 띄게 줄어든다.
발생원이 한 지점에 있고 창문이나 덕트로 실외 배출이 가능하다면 배출형 국소배기가 가장 확실하다. 납땜, 목공, 레이저, 화학 작업처럼 작업대에서 흄이 집중적으로 나올 때다.
실외 배출이 어려운 환경이라면 빨아들인 공기를 필터로 거른 뒤 실내로 되돌리는 순환형을 쓴다. 이때 필터 구성이 중요하다. HEPA 필터는 연기 입자와 먼지 같은 알갱이를, 활성탄 필터는 냄새와 휘발성 유기화합물 같은 기체 성분을 잡는다. 서로 못 잡는 영역을 메우는 관계라,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반쪽짜리다. 활성탄은 입자를 거의 거르지 못하고, HEPA는 가스를 잡지 못한다.
한국 제품의 정확한 성능 수치는 제조사 시험 성적서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표기 풍량은 필터가 깨끗한 상태의 값이라,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그보다 낮게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고 고르면 된다.